싱가포르의 오스카 출품작인 “아줌마”는 문화 장벽을 허물고 싱가포르와 한국의 영화 제작 기법을 완벽하게 결합해서 영화의 주인공인 아줌마의 시선으로 본 세상을 담아낸다. 아줌마는 “K-드라마”(한국 연속극)에 푹 빠진 미망인이다. 영화의 스토리는 생전 처음으로 한국으로 여행을 떠나는 아줌마를 따라 전개된다. 한국에서 우연히 여행 가이드와 떨어져서 홀로 남게 된 아줌마는 낯선 국가에서 갑작스럽게 예상치 못한 모험에 직면한다.
싱가포르 출신의 허슈밍 감독은 “철저히 싱가포르 아줌마의 시각에서 스토리를 들려주고 싶었어요. 아줌마는 자신을 위한 삶을 살기 위해 용기 있게 첫발을 뗀 인물이죠. 저는 관객이 이국적이고 습하며 식물이 무성한 싱가포르에서 겨울 추위가 매서운 서울까지 이어지는 그녀의 여정을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촬영 팀은 다양한 아이디어와 참고 자료를 활용해서 “아줌마”의 모습을 구상하는 데 많은 시간을 쏟았다. 한국의 황경현 촬영감독은 “스토리가 진행되는 국가에 따라 컬러 뉘앙스에 어느 정도 차이를 뒀습니다. 싱가포르를 배경으로 한 장면은 현실적이고 건조한 느낌이지만 한국이 배경일 때는 리드미컬하고 모험적이에요. 개인적으로는 미묘한 톤과 리듬에 얼마나 큰 차이를 둬야 하는지, 또 싱가포르의 리얼리즘과 한국의 멜로드라마 간의 균형을 어떻게 유지할지 정말 고민이 되었어요. 이런 선택을 통해 아줌마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감정 변화를 너무 뻔하지 않게 보여주죠.”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싱가포르 장면의 채도를 예로 드는 게 좋겠네요. 처음에는 컬러 그레이딩 중에 영상의 채도를 낮춰서 리얼리즘의 느낌을 강조하자고 제안했는데 너무 우울하고 의도적인 느낌이 들더군요. 결국에는 한국 장면보다 아주 조금만 채도를 낮추기로 했습니다. 덕분에 육안으로는 큰 차이를 느끼기 힘들었어요. 싱가포르에서의 미장센은 한국 부분보다 채도가 훨씬 더 강해서 오히려 균형이 잡혔던 것 또한 도움이 됐습니다.”
촬영 팀은 여러 장소에서 촬영을 하면서 두 세트의 카메라를 사용해야 했다. 싱가포르에서는 ALEXA Mini LF와 Ultra Prime을 사용했고 한국에서는 ALEXA Mini와 Master Prime을 사용했다. 황 촬영감독은 “ALEXA Mini는 기동성이 엄청난 장점입니다. 특히 짐벌 장비와 함께 사용하면 뛰어난 움직임이 부각되죠. 촬영 팀은 아줌마가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카메라 이동이 조금씩 더 다이내믹해지기를 바랐는데요. ALEXA Mini와 짐벌을 설치하는 건 식은 죽 먹기였어요. 그리고 아줌마는 로드무비이기 때문에 자동차 장면도 몇 개 있었죠. 자동차 장면을 촬영할 때도 ALEXA Mini는 안정적일 뿐만 아니라 자동차 위에 설치하기도 쉬웠습니다.”라고 말하며 “ALEXA Mini와 Master Prime을 사용해서 더 선명한 영상을 완성했는데 이런 영상이 아줌마가 한국에 있는 동안 느끼는 감정을 잘 보여줄 거라고 생각했어요.”라고 덧붙였다.
ALEXA Mini LF의 경우, 황 촬영감독은 대형 포맷 카메라를 사용할 생각이 없었지만 이 모델이 당시 싱가포르에서 사용할 수 있었던 유일한 ALEXA 제품이었다. 그러나 이처럼 예상치 못한 상황은 행복한 반전으로 이어졌다. “ALEXA Mini LF와 Super 35렌즈의 조합은 풀프레임은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의 광각과 얕은 피사계 심도를 제공했고 멋진 영상을 완성했어요. 저는 몇 가지 렌즈를 더 선택할 수 있는 특권을 누렸기 때문에 정말로 유용했습니다.” 보다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느낌을 내는 동시에 두 지역에서 촬영한 장면들 간의 영상 차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촬영 프로덕션은 ARRI Ultra Prime과 ALEXA Mini LF를 사용하였다.
그는 ARRI 장비를 사용했던 특정한 순간을 회상하며 이렇게 설명했다. “한국의 아파트 도로에서 야간 장면을 촬영했던 때가 기억나네요. 전체 공간을 앰비언트 조명으로 채워야 해서 촬영이 쉽지 않았어요. 다행히 앰비언트 조명이 충분한 상태였고, 어두운 야간 장면을 촬영할 때는 ALEXA 카메라가 깊이 있고 깔끔한 그림자 디테일을 제공했습니다. 덕분에 큰 문제 없이 해당 장면을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ARRI ALEXA는 뛰어난 하이라이트 롤오프와 높은 센서 품질을 자랑하는 가장 안정적인 카메라입니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죠.”
스토리 자체 뿐만 아니라 촬영 현장에서도 두 나라의 문화가 한데 어우러졌다. “아줌마”는 싱가포르와 한국의 공식적인 첫 번째 공동 프로덕션 작품이었기에 두 나라 출신의 제작진이 함께 촬영에 참여했다. 허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언어라는 분명한 장벽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걸 우리 모두가 알고 있었습니다. 황 촬영감독님과 제가 이해해야 하는 미묘한 문화적 차이도 있었고요. 하지만 영화 제작진은 전 세계 어디에서든 거의 비슷합니다. 영화 제작 업계에는 마음 깊은 곳에 와닿는 특유의 보편적인 언어가 있거든요.” 황 촬영감독은 “허 감독님과 작업을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감독님의 생각을 더 잘 읽을 수 있게 됐어요. 가끔은 감독님 얼굴만 봐도 촬영이 마음에 들었는지 아닌지를 맞힐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우리는 단순한 감정 교류 이상의 경험을 했습니다. 이런 접근 방식 덕분에 저는 감독님의 아이디어를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어요. 서로 다른 언어·문화권 출신의 사람들이 생각과 감정을 공유한다는 건 특별한 경험입니다.”라고 회상했다.
몇 가지 어려움이 따랐지만 허 감독과 황 촬영감독은 두 국가 출신의 배우 및 제작진과 즐겁게 협력했다. 허 감독은 “아줌마”는 보편적인 주제를 다룬 영화예요. 두 문화권 모두 분명히 그 주제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죠.”라고 말하며 “다른 국가에서 제작한 영화를 보고 등장인물에게 공감할 수 있다는 건 참 재미있는 경험이죠. 영화 제작자에게는 스토리텔링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는 근사한 기회이고 관객에게는 공감 능력을 높일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니까요.”라고 덧붙였다.